[에세이]2020년을 보내면서

December 18, 2020 · 3 mins read

안녕하세요?
프로이직러 Mara입니다.

연말이 되면 미뤄뒀던 숙제를 하듯 치과를 갑니다. 열심히 닦았는데 충치가 또 몽땅 생겼네. 하면서 몇 번 치과를 왔다 갔다 하는 것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죠. 집 근처 치과를 갔더니 친절하기는 한데 왠지 모르게 한 군데 더 가봐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회사 근처에 평점이 좋은 다른 치과도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이 치과의 잡지 셀렉션이 조금 달랐습니다. Mara도 소싯적에 잡지 좀 봤는데 제목을 아는 잡지 보다 모르는 잡지가 더 많았어요. 빠르게 훑어보니 대부분 사진과 여행과 관련된 잡지들이었습니다. 그중 제일 먼저 눈이 가는 잡지를 별생각 없이 집었는데 적혀 있는 문장들이 예사롭지 않은 거예요.

자세를 고쳐 앉았습니다.
슥슥 넘기면서 글과 사진을 빠르게 훑어보는데 배우 김혜자 님의 인터뷰와 사진이 실려있었습니다.

버킷 리스트같이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는 20년 동안 가슴에 품어온 두 가지가 있습니다.
순례자의 길을 내 발로 걸어보는 것.

오로라를 내 눈으로 보는 것.

마음이 원하는데 하지 않고 남겨두는 것,
그것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하리라는 것을 알기에…

이 문장을 읽고 최근의 제가 하는 생각과 행동들이 해야 하는 일을 하는 단계에 머물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에게도 배우고 싶고, 가고 싶고, 이해하고 싶던 것들이 있었는데 당장 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시작하지 않았거든요. 영화 파이트 클럽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지금 당장 그 일을 해. 그렇지 않으면 죽여버릴 거야.’
If You Aren’t On Your Way To Becoming A Vet In Six Weeks, You Will Be Dead.

누가 제 머리에 총을 대면서 저런 말을 하면 아마 당장 그 일을 할 텐데, 현실에서는 오직 나만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에게 깊이를 부여하는 일은 해야만 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굳이 하는 것에 있거든요.

그리고 항상 마음에 담아뒀던 몇 가지를 떠올렸습니다. 커피, 사진, 영화, 건축 같은 것들이 떠올랐어요. 좋아하지만 지식이 없어서 풍부하게 즐기지 못하던 것들입니다. 과거에는 이런 것들이 있으면 돈을 써서 배우려고 했습니다. 강의를 듣거나 유료 모임을 가거나 하는 식이었지요. 그런데 그렇게 돈으로 지식을 구매하는 행위는 왠지 모르게 잘 남지를 않더라구요.

이유를 생각해보니, 제 안에 좋고 나쁨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없아서 좋은 퀄리티의 지식을 골라내지를 못했어요. 낮은 확률로 좋은 지식을 골랐다고 하더라도 기초 지식이 없어서 그것들을 받아먹을 준비가 안 돼있는 거죠. 좋은 것들은 절대 그냥 다가오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접근해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Mara가 매일 접하고 진입장벽이 낮아 보이는 커피를 골랐어요. 우선 유튜브에서 커피 공부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했어요. 그중 직접 카페를 운영하고 계시는 젊은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커피 관련 책들을 몇 권 주문했습니다. 책은 그 자체로 어떤 다른 세계로 문을 열어주는 것 같아요. 좋은 책은 레퍼런스가 있거든요. 책이 또 다른 좋은 책이나 전문가를 추천해주면 이것도 봐야겠네, 저기도 가봐야겠라는 생각이 듭니다. 몇 번 이런 작업을 반복하면 어느 정도 기초지식이 쌓입니다. 마치 음악을 digging 하면서 알게 되는 수많은 가수들의 음악을 끝도 없이 듣는 것처럼요. 이런 레퍼런스는 구글링으로는 얻기 힘든 전문가의 농축된 지식입니다. 연말에는 커피를 공부하면서 시간을 보내볼 예정이에요.

아, 물론 치료도 이 병원에서 받았습니다. 훌륭한 안목을 가진 원장님이 계신 치과가 궁금하다면 문의주세요. 이 글 읽으시는 모든 분들이 마음속에 담아뒀던 일들을 작게나마 시작해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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