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에서 배우는 마케팅]바나프레소와 고객 맥락

April 03, 2021 · 4 mins read

안녕하세요?
프로이직러 Mara입니다.

Mara는 아침에 커피를 못 먹는 날이면 craving이 너무 심해서 줄곧 스타벅스를 이용했었어요. 하지만 매일 사 먹기 금액이 부담스럽고 스타벅스는 커피 + 공간 이용료인데, 바쁜 아침에 테이크아웃만 해갈 목적이면 굳이 스타벅스를 고집해야 할 이유가 없어서 대체제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최근에 처음으로 했습니다.

가격이 저렴한 브랜드가 뭐가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옛날에 부장님이 사다 주셨던 바나프레소가 떠올랐어요. 회사가 늘 강남에 있었으니 바나프레소 매장을 자주 봤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제가 바나프레소의 타깃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어요. 이유를 생각해보니 제 머릿속에는 ‘바나프레소 = 저가 브랜드’라는 인상이 엄청 강했습니다. 스타벅스 벤티 사이즈에 왠지 물을 엄청 많이 탄 것 같은 아메리카노가 제게 각인된 바나프레소 이미지였죠. 강남권에 스타벅스보다 촘촘하게 출점되어 있어서 ‘이거 뭔데 이렇게 많지?’ 생각해본 적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가격을 최우선 구매 결정 요인으로 삼기로 한 이상 바나프레소를 선택지 안에서 배제할 이유는 없었어요. 게다가 회사로 출근하는 동선에 바나프레소가 있었습니다. 쨍한 핑크색 간판과 투명하게 보이던 매장. 지도 검색을 하지 않아도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게 알겠더라구요.

하지만 (스타벅스 만큼은 아니여도) 맛도 포기할 수 없기에 바나프레소 후기를 검색해봤습니다. 저렴한 가격에도 맛도 괜찮다는 공통된 후기를 2~3개 확인했어요. 스타벅스처럼 모바일 어플이 있고 어플로 첫 주문 시 2000원 할인 쿠폰을 주고 포인트 적립을 해서 12잔을 마시면 무료쿠폰을 준다는 사실도 알아냈습니다. 내일 아침 출근길에 사먹어보기로 했습니다.

어플을 다운받고 구입을 하는 과정은 스타벅스 어플처럼 매끄럽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저렴한 가격과 무료 쿠폰을 생각하면 참을 수 있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는 시점에 주문을 하고 매장으로 걸어가는 중 제 앞에 6명의 고객이 기다리고 있다는 푸시가 왔습니다. 스벅에서 이 정도 주문양이면 몇 분 정도 기다려야 하거든요. 좀 기다릴 생각을 하고 매장에 도착했습니다. 매장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어요. 회사에서 막 출근하고 다 같이 커피를 사러 와서 키오스크에서 주문하는 사람들, 미리 주문하고 테이크 아웃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했습니다. 마카롱, 샌드위치, 쿠키 등 베이커리 종류도 꽤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었어요. 매장 내 설치된 패널에서는 프라푸치노를 제조하는 과정을 보여줬어요. 꽤 맛있어 보였습니다. 다음에 프라푸치노 먹고 싶으면 떠오를 것 같았어요. 그렇게 잠깐 매장을 둘러보는 사이에 제가 주문한 커피가 나왔습니다. ‘되게 빨리 나왔네?’라는 생각과 ‘와 이거 언제 다 먹지? 양이 완전 혜자네.’ 생각이 동시에 들었어요. 들고 가기 무거울 정도였습니다. 회사에 와서 커피를 먹어보니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아니, 솔직히 맛있었습니다. 😮

다른 커피 브랜드는 항상 양이 부족했었는데 바나프레소는 약간의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 넉넉하게 마셨어요. 매장 위치, 모바일 앱, 브랜딩, 고객 경험, 가격 모두 잘 짜인 전략 아래 통일된 방향성이 보였습니다. 어디서 운영하는 건지 찾아보았습니다. (바나프레소 전략이 궁금하다면 여기 포스팅 참고)

바나프레소를 한 잔 마시고 느꼈던 점을 적어보자면

  1. 브랜드 파워가 얼마나 무서운지 체감했어요. 비슷한 품질의 커피도 거의 2배의 가격을 지불하게 만들고 그만한 효용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만드니까요. 스타벅스 이외 브랜드를 마시면 뭔가 있어 보이지 않는 듯한 그 느낌. 그런데 더 무서운 건 유저는 이런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한다는 거죠. 다른 선택지를 고려해볼 시도 조차 하지 않게 되버려요.

  2. Mara의 출근 동선에 바나프레소 매장이 있던 것은 우연이 아닐거에요. 제가 강남권 어느 오피스에서 일하더라도 바나프레소는 Mara의 출근 동선에 높은 확률로 포함되어 있을 겁니다.

  3. 최종적으로 구매하는 것은 ‘커피’라는 재화지만 사람들이 커피를 구매하는 맥락은 모두 달라요. 평일 아침 출근길에 커피를 테이크아웃하는 직장인 중에 스타벅스를 부담 없이 사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4. 평일 / 아침/ 출근길/ 직장인
    이 맥락에서 커피의 역할은 뭘까요? 바나프레소가 내 동선에 있어야지 내가 바나프레소를 찾아가면 안 됩니다. 눈에 잘 띄게 브랜딩 되어야 합니다. 비대면으로 주문할 수 있어야 되고 아침에 배고프면 간단하게 요기할 수 있는 푸드 메뉴도 있으면 좋겠죠. 기다리지 않아야 하고 매일 부담없이 마실 만큼 저렴해야 합니다.

  5. 동일한 커피를 구매한다고 하더라도 고객의 맥락은 여러 가지가 존재해요. 제품과 서비스가 아니라 고객의 맥락에 집중하면 레드오션에도 길이 있어요.

You either love it or hate it (미치도록 좋아하거나 미치도록 싫어하거나)
-마마이트

비즈니스 미팅을 위해 바나프레소를 가는 사람은 드물 거에요. 좋은 브랜드는 배타적입니다. 우리 고객과 아닌 사람을 명확하게 구분짓는 것이 좋은 브랜딩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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