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에서 배우는 마케팅]MZ 세대는 왜 이렇게 빵에 진심일까?

December 18, 2020 · 6 mins read

안녕하세요?
프로이직러 Mara입니다.

오늘은 MZ 세대들에게 빵은 무슨 의미일까?라는 주제를 이야기해보려고요. 빵을 주제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요즘 MZ세대들에게 핫하다는 크로플 가게 ‘세들러 하우스’에 갔다가 줄을 선 경험 때문입니다.

세들러 하우스 갔다가 줄 서본 썰

원래 Mara는 줄을 서거나 사람이 북적거리는 장소를 좋아하지 않아서 꼭 가보고 싶은 공간이 있으면 평일 한가한 시간에 방문하는데요. 예전부터 가보고 싶은 세들러 하우스가 마침 집 근처에 있었고 평일 오후에 집에 있을 날이 가까운 시일 내에 없을 것 같아서 11.30 쯤 방문해보았습니다. 그런데 12시 오픈이더라고요.

‘아 그냥 다시 집에 갈까’ 하다가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기다리다가 12시에 맞춰서 가게로 다시 향했습니다. 그런데 머선 129..😮 줄이 이미 한가득 서 있는 거예요! (약 30분 만에) 보통 이쯤 되면 평소의 저는 포기하고 다른 대안을 찾거나 안 먹고 맙니다. 그런데 뭔가에 홀린 듯 줄을 섭니다.

놀이공원 같은 공간설계

웨이팅 극혐러 Mara 도 줄을 서게 만드는 마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일단 위치를 ‘발견’ 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세들러 하우스가 있는 골목은 양쪽 사이드에 음식점과 카페 등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나름 먹자골목입니다. 그런데 세들러 하우스는 다른 가게들보다 한 레벨 아래에 위치하고 있어서 굳이 따지자면 지하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골목을 그냥 지나가는 사람은 발견하기가 어렵고 세들러 하우스가 위치한다는 표지판을 보고 계단을 내려가야만 비로소 매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인지에 노력이 들어간다는 거죠. 경쟁력이 없는 가게라면 불리한 조건이지만 세들러 하우스처럼 핫한 가게는 발견하는 순간부터가 하나의 경험이 됩니다.

세들러 하우스는 계단을 사용하는 방법도 다른 가게와 차별화됩니다. 보통 건물 지하층에 위치하는 가게는 계단이 지하부터 맨 꼭대기 층까지 연결되어 있고 천장이 막혀 있는 구조입니다. 세들러 하우스는 빌딩의 지하층을 사용하지만 빌딩 외부로 계단이 나있고 폐쇄형 계단이 아니라 지붕이 없어서 기다리면서 바깥 풍경을 조망할 수 있고 날씨를 느낄 수 있는 구조예요. 사실 세들러 하우스처럼 100% 웨이팅이 있는 가게에서 진입점을 오픈된 공간으로 빼는 건 좋은 선택은 아니겠죠. 비가 오거나 더운 여름, 추운 겨울에 오픈된 공간에서 웨이팅을 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웨이팅 라인을 바깥으로 빼는 건 기다리는 사람들이 덜 답답하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웨이팅 라인을 볼 수 있게 하고, 무엇보다 자신 있다는 소리겠죠?

가장 영리한 건 계단의 폭이었어요. 계단은 한 사람이 여유 있게 서 있을 정도, 두 사람이 좁게 서있을 수 있을 정도의 폭입니다. 자연스럽게 웨이팅을 하는 사람들은 한 줄로 서게 되고 크로플을 픽업해서 나오는 사람들이 좁은 공간을 통과하면서 나가는 구조입니다. 즉 기다리는 사람들은 크로플을 구매하고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계속해서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에요.

인상적이었던 건 크로플을 한 개만 사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점이었어요. 크로플을 바게트 빵 봉투에 담아주는데 크로플을 많이 사면 손잡이가 없어서 들고 다니기 무거우니 그 위로 손잡이가 달린 ‘투명한’ 비닐봉지에 한번 더 감싸주거든요. 모두 비닐봉지에 크로플을 사재기를 해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많이 구입해서 나갔습니다. 기다리는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요?
‘하나만 사면 손해다’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공간에 ‘반전’이 있습니다.
Mara는 크로플 가게라고 해서 일반적인 와플 가게와 유사한 매장 구조를 떠올렸어요. 일반적인 와플 가게는 1평 정도 아주 좁은 공간에서 주문을 하면 즉시 만들어 주는 구조잖아요? 그런데 실제 매장은 공간을 낭비한다고 말할 정도로 넓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놀이공원처럼 지그재그로 2차 웨이팅 라인이 있었습니다. 바닥에는 스티커가 붙어 있어서 거리 두기를 유지할 수 있고 거리 두기와 체온 측정, QR코드 확인을 전담하는 직원이 한 명 따로 배치되어 있었어요. 매장 벽면에는 연예인들이 애용하는 걸로 화제가 된 스피커가 설치되어있었어요. 폴폴 풍겨오는 자본의 냄새. 얼마 정도를 기다려서 (퐈이널리) 크로플을 고르고 주문해서 계산을 하고 나왔습니다.

최종적으로 크로플을 먹기까지 대략 1시간 정도를 쓴 것 같아요. 집에 돌아와서 먹으려니 저도 모르게 사진을 찍게 되고 약간 떨리더라고요? 😅(아마 이 순간이 SNS에서 바이럴 되는 모먼트겠죠?) 기대했던 것만큼 크로플은 맛있었어요. 겉은 바삭한데 속은 쫠깃쫠긴한게 이전에 먹었던 눅눅한 와플과는 차별화된 경험이기는 하더라구요. 웨이팅만 아니라면 속상한 날에 한 번씩 들러서 사먹고 싶은 그런 맛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재방문 하지는 않을 거에요. (웨이팅 너무 싫어 😑)

불친절해도, 불편해도 괜찮아

게다가 세들러 하우스 크로플은 백화점 팝업 스토어나 온라인으로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 Mara도 아는 정보라면 새들러 하우스에 열광하는 MZ 세대도 몰라서 긴 웨이팅을 감수하지는 않을 텐데요. 아마 Mara처럼 크로플을 한번 먹어 보는 것이 목적인 사람들은 굳이 매장에 방문하지는 않을 겁니다. 웨이팅을 하면서 관찰한 손님들의 특징은 대부분 여자(15% 정도의 비율로 혼자 온 남성 존재), 20대 초중반, 에코백, 캐주얼 옷차림 & 운동화 (구두& 정장 없음) 등이었어요. 이 친구들은 왜 긴 웨이팅을 감수하고서라도 오프라인 매장에 오는 걸까요?

맛있는 크로플을 먹는 것만큼 중요한 건 나도 직접 경험해봤다는 체험의 증거가 필요하기 때문일 거예요. 스스로 체험하기를 원하고 그 과정에서 수고스러움이나 불편함도 감수하는 거죠. (그러한 불편함이 공정성에 이슈가 되지 않는 선에서요)

이와 유사한 경험은 세들러 하우스만큼 핫한 청담의 어떤 카페를 갔을 때도 느꼈습니다. 아는 동생과 가게를 방문했는데 평일 오후 4시에도 웨이팅이 있더라구요. 매장 내에 기다릴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근처를 돌아다니다 다시 가게에 방문해서야 커피를 마실 수 있었습니다. 처음 웨이팅을 안내하는 직원의 태도도 친절하지 않았는데 음료를 구매할 때 매장 이용 시간이 1시간으로 제한된다더라고요. 같이 간 동생에게 ‘여기 이제 안와, 안와’라고 했더니 저를 옛날 사람이라고 놀렸어요.🙄 불친절해도 불편해도 SNS에서 보던 그 공간을 체험을 해 볼 수만 있다면 기꺼이 감수하는 게 요즘 세대인가 봐요.

다 좋은데, 이렇게 까지 할 일인가?

체험이 중요한 것도 맛있는 것도 알겠는데, 이게 이렇게 까지 할 일인가? 싶었어요. 그만한 시간과 정성을 쏟을 만큼 가치가 있는 일인지 여전히 와 닿지 않더라구요. MZ 세대가 열광하는 먹거리 아이템이 ‘빵’이라는 사실에 주목해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플레인 크로플은 가격이 4,900원이에요. 요즘은 스타벅스 커피 한잔에 보통 5,000원 정도니 충분히 affordable 한 가격대입니다. 스타벅스 커피 한잔 가격으로 크로플이라는 음식에 대한 새로운 경험 + SNS에 올릴 사진까지 얻을 수 있다면 투자 대비 수익률이 좋은 거죠. 새로운 경험은 하고 싶지만 자본은 한정적인 MZ세대가 나름대로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요?

빵에 진심인 MZ 세대들을 보면서 약간의 측은함도 들었습니다. 재밌는 게 얼마나 없으면 빵에 진심을 쏟을까. 이런 생각도 들구요. 오프라인 F&B영역은 이제 (SNS에 업로드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수 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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